20대 초반에 우산을 만들어 팔았으니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날 그 시절에 어머님께서 쓰러지지
않으셨다면, 과연 지금의 제가
이렇게 있을까 싶습니다.
고작 이 정도의 경험으로 이야기하는 건
꽤나 조심스러우나
생각건대 사업을 한다는 건
무력한 스스로를 마주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우산을 만들고 식당을 하면서
맥줏집을 하고 지금 이렇게 서점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는데
적어도 사업 초반에 있어서 그것은
말 못 할 쓸쓸함이었습니다.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사람의 어떤 감정과 기분의 흐름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우산을 팔면서는 비 오는 날을
미약하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고
식당을 하면서는 정말 너무너무 맛있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
그 사람과 다시 방문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거짓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의 마음이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설명한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증명해 낼 수밖에 없는 어떤 것들인데,
이것은 역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의 마음속에 어렴풋하게 있는 어떤 것들,
사실 저 역시도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그것을 향해 걷는 일은,
진심으로 고독하고 쓸쓸한 일이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으며,
얼마나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날들이었습니다.
의지할 수 있는 이가 없으니
벌거벗은 채로 눈 위를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둠 속을 헤매는
암중모색(暗中摸索)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두렵지 않다는 것은
적어도 제게 있어서 필시 거짓입니다.
저는 참으로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어릴 적부터 집이 많이 어려워,
기초적으로 돈이 넉넉지 못하였고
그런 와중에 모든 것들을 끌고 가야 하니
매일매일 돈 걱정하며 잠들고
돈 걱정하는 꿈을 꾸며,
돈 걱정하며 아침에 눈을 뜨는 날들의
반복이었습니다.
사실, 그때의 날들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지금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는 것 말고는
감각이 잘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한 시간을 지나고,
이렇게 또 서점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지난날을 생각해 보면,
그래도 그런 나날 속에서
꽤나 많은 응원과 도움을 받으며
그 시절을 견뎌냈던 것 같습니다.
증명한 것도 없고 가진 것도 딱히 없었으나,
저를 진심으로 믿어준 사랑하는 사람들과
무제한적인 사랑과 신뢰를 내어준 가족,
저를 깊게 신뢰해 준 동료들과
장사를 하면서 만난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
눈을 보니 거짓말할 상은 아니라면서
제게 많은 조언을 해주셨던 분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여전히 가슴속 깊은 곳에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따스함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무너지고 조각나,
자폐적인 세계에 갇혀 하루하루를
소멸시켰을 겁니다.
제 마음속에는
너무나 깊은 고마움이 남아있습니다.
서점으로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서점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다기보단
지키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입니다.
산다는 건 끊임없는 한계와
그것을 매일매일, 가까스로
갱신해나가는 일입니다.
너무나도 비참하고 힘든 일들이 여럿,
일어날 것이기에 제가 감히
그 아픔과 슬픔의 깊이를 헤아리는 것은
꽤나 큰 무례이기에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그리하여 이 공간의 어떤 보이지 않는
분위기를 만나고 계시다면,
너무나 상투적이지만 여전히 희망적인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를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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