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door books Q
블루도어북스의 구성원들이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시와 산책, 한정원
제값 주고 같은 책을 두 번 구매한 건, 한정원 작가님의 <시와 산책>이 처음이었어요.
한 권은 블루도어북스에 놓아 모두에게 '이렇게 예쁜 책 한권 보세요!' 하고 싶었고
한 권은 모든 연결을 끊으려 떠난 아이슬란드에서 조금씩, 남몰래 읽고 싶어 샀습니다.
혼자 처음 떠난 해외가 아이슬란드에서의 일주일이라는 것은,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자랑이자 기쁨이에요.
아이슬란드 시내에서도 1시간 더 달려 도착한 붉은 지붕 오두막에서 한주를 보내면서 제가 한 것은, 산책을 하고 산책을 하고 시를 읽고 또 시를 읽었어요.
어쩌면 제게 아이슬란드는
'시와 산책' 그 자체일지도 몰라요.
맥줏값이 비싸고 저녁 6시 이후에는 살 수 없어 부랴부랴 40분을 차 타고 나가 맥주 몇 캔 사고 돌아왔어요.
이곳의 여름은 백야(白夜)여서 해가 지지 않기에, 스스로 밤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 너무 설레는 기분이었어요.
분명 저녁 8시인데 햇살이 꼭 물 위에서 가루 된 소금같이 고와, 텀블러에 커피를 넣고 <시와 산책>을 들고나갔어요.
제가 아이슬란드를 다녀왔다고 하면 모두들 오로라를 보았냐고 물어봐요.
한여름의 아이슬란드는 매일이 아침이어서 밤의 오로라가 보이지 않아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연결을 끓기 위해 노력한 순간, 걸을 때마다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것이, 내가 연결을 끊으려 했던 그 사랑들이 란 걸,
그것을 알아차린 그곳에서의 모든 순간이 저만의 오로라였어요.
블루도어북스 진우
처음으로 가는 마을, 이바라기 노리코
서점 초창기부터 제게 책을 소개해 주시고, 또 선물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받은 도서들이 모두 하나같이 너무 알뜰하고 예뻐서
한참을 읽었어요. 24년 여름의 어느 날, 그렇게 이바라기 노리코의 <처음으로 가는 마을> 을 만났습니다.
몇 번 들어본 이름이었으나, 사실 몇 번 들어봤단 느낌도 그것이 문학이었는지 영화의 한 장면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잘 알지 못했어요.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 알았죠.
나 이 사람 사랑하게 될 거야.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난 몹시도 불행했고
난 몹시도 엉뚱했고
난 무척이나 쓸쓸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가능하면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 무척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영감님처럼 말이지'
이바라기 노리코의 글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일부에요.
시인 윤동주에 대한 죄스러움으로 한평생을 살아갔으며 이바라기 노리코의 윤동주 시인에 대한 마음을 추적하신다면,
그 마음 안에서 매일 같이 헤매고 싶어집니다.
향이 정말 포근해서, 길이 너무 다정해서.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한 시집이었는지 끝나지 않길 바라며 읽었어요.
너무 속상한 날 한 페이지 조금, 계절이 너무 예쁜 날 한 페이지 조금,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 날 한 페이지 조금씩 읽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끝내고 깨달았어요.
책 한 권이 끝나지 않길 바라왔고 이것이 끝날 때
내 삶의 새로운 무언가가 또 시작되어버린걸.
블루도어북스 진우